AI 데이터센터가 전 세계에 깔리면서, 요즘 가장 많이 나오는 말 중 하나가 바로 “전기는 있어도 변압기가 없다”예요.
실제로 미국에서는 초고압 변압기 리드타임이 최대 4년까지 늘어났고, 가격도 2020년 이후 70% 이상 올라갔다는 분석이 나와 있습니다.
이 상황에서 HD현대일렉트릭·효성중공업·LS일렉트릭, 이른바 ‘한국 변압기 3사’가 글로벌 전력 인프라의 핵심 플레이어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1) 왜 변압기가 AI 인프라의 병목이 되었을까?
AI 데이터센터는 한 곳당 수십~수백 MW의 전력을 쓰는 초대형 ‘전기 먹는 하마’입니다. 문제는 이 전력을 송전선에서 바로 꽂아 쓸 수 없고, 초고압(송전망) → 고압(센터 인입) → 중저압(랙·장비) 단계로 계속 전압을 낮춰줘야 한다는 점이에요. 이 핵심 단계마다 들어가는 장비가 바로 변압기입니다.
하지만 초고압 변압기는 아무 공장에서나 찍어낼 수 있는 제품이 아닙니다. 수백 톤이 넘는 코어·권선·절연유·시험 설비가 필요하고, 수년 단위 숙련 인력이 있어야만 제대로 된 품질을 유지할 수 있어요. 이 때문에 전 세계에서 중대형 초고압 변압기를 안정적으로 양산하는 회사는 독일 Siemens와 한국 3사 정도로 좁게 봐도 될 정도입니다.
여기에 AI 데이터센터뿐 아니라, 재생에너지(풍력·태양광) 연결, 노후 송전망 교체, 전기차 보급 확대까지 겹치면서 변압기 수요가 한꺼번에 폭발했고, 공급은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이 된 거죠.
2) 글로벌 초고압 변압기 시장 구조 한눈에 보기
변압기라고 다 같은 변압기가 아닙니다. 우리가 관심을 가져야 할 영역은 송전망에 물리는 초고압·대용량 변압기입니다. 이 시장의 특징을 간단히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 고진입장벽 – 수천억 단위 설비투자, 수년간의 레퍼런스, 국가·전력사 인증 필요
- 긴 리드타임 – 설계·제조·시험·배송까지 1~3년, 미국은 최대 4년까지 늘어난 사례도 존재
- 독과점 구조 – 실질적으로 소수의 글로벌 플레이어가 초고압 구간을 담당
- 고마진 구조 – “급해서라도 사야 하는” 장비라, 수요가 폭발하면 마진이 빠르게 개선
특히 미국은 자국 내 변압기 생산 기반이 크게 약해진 상태라, 수요의 80% 이상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고, 한국·유럽 업체들이 주요 공급처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한국 3사가 강력한 포지션을 확보하고 있는 거죠.
3) 한국 변압기 3사 완전 정리
1) HD현대일렉트릭 – 북미 변압기 시장의 핵심 플레이어
HD현대일렉트릭은 현재 북미 초고압 변압기 시장 점유율 1위권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이미 2011년부터 미국 현지 공장을 운영해 왔기 때문에, 최근 미국 정부의 ‘전력 인프라 투자+리쇼어링’ 흐름에서 가장 앞서 있는 한국 기업이라고 봐도 무방합니다.
- 2025년 3분기 영업이익률 24.8% (분기 기준 최고 수준)
- 수주잔고 약 10조원 – 사실상 5~6년 치 물량 잠겨 있는 상태
- 미국 전력사 대상 765kV 초고압 변압기 등 대형 프로젝트 수주
- 2027년까지 미국 앨라배마 공장 증설, 고압·HVDC 라인업 강화 계획
2) 효성중공업 – HVDC와 초고압 송전의 핵심
효성중공업은 전통적으로 국내 송배전 설비에서 압도적인 레퍼런스를 쌓아온 회사입니다. 최근에는 AI 인프라와 궁합이 좋은 HVDC(고압 직류 송전)와 초고압 변압기 쪽으로 무게 중심을 확실히 옮기고 있습니다.
- 765kV·1,500MVA급 초고압 변압기 라인업 보유
- 일본 미쓰비시전기 테네시 변압기 공장 인수 → 미국 현지 생산 거점 확보
- 창원 HVDC 변압기 전용 공장 건설 중 – 향후 재생에너지+AI 데이터센터 송전 프로젝트 핵심
- 수주잔고 약 11조원, 최근 몇 개월간 주가 급등
3) LS일렉트릭 – 송배전·스마트그리드·데이터센터까지
LS일렉트릭은 변압기만 하는 회사라기보다, 송배전·배전반·스마트그리드·ESS까지 전력 시스템을 통합적으로 제공하는 사업자입니다. 이 안에 고부가 변압기가 자연스럽게 녹아 있는 구조죠.
- 2025년 3분기 매출 1조 2,163억, 영업이익 1,008억(전년 대비 +51.7%)
- 부산 사업장 증설, 미국·유럽 송전·재생에너지 프로젝트 공략
- 미국 텍사스에 생산+R&D 캠퍼스(일명 Bastrop Campus) 구축 계획
4) AI 데이터센터와 변압기 수요, 어떻게 연결될까?
이제 핵심 질문으로 돌아가 볼게요. “AI 데이터센터가 늘어나면, 왜 변압기 수주가 폭발할까?”
간단히 말하면, AI 데이터센터를 지을 때 필요한 전력 인프라 투자 비중이 생각보다 훨씬 크기 때문입니다. GPU, 서버, 스토리지 장비만 놓고 끝이 아니라,
- 기존 송전망에서 데이터센터 부지까지 끌어오는 송전·변전 설비
- 데이터센터 안에서 여러 건물·전산동으로 나누어 공급하는 대형 변압기·배전반
- 재생에너지·SMR·ESS와 연결되는 신규 송전 라인
이 모든 단계에 변압기가 들어갑니다. 특히 미국·유럽처럼 노후 설비가 많은 지역은 신규 건설+교체 수요가 동시에 터지고 있는 상황이라, 한국 3사의 수주잔고가 “몇 년 치가 한 번에 찬다”는 표현이 나올 정도예요.
여기에 더해, HVDC(고압 직류 송전)를 활용한 초장거리·대용량 전력 전송 프로젝트가 늘어나는 것도 한국 3사에게는 추가적인 기회입니다. 예를 들어, HD현대일렉트릭은 Hitachi Energy와 손잡고 HVDC 변압기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레퍼런스가 쌓일수록 향후 대형 입찰에서 경쟁력이 더 강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5) 투자 관점에서 무엇을 체크해야 할까?
변압기 3사는 모두 AI 인프라·재생에너지·송전망 교체라는 구조적 성장 스토리를 공유하고 있지만, 각 회사마다 포지션과 리스크 포인트가 조금씩 다릅니다. 간단히 체크리스트 형태로 정리해볼게요.
| 구분 | HD현대일렉트릭 | 효성중공업 | LS일렉트릭 |
|---|---|---|---|
| 핵심 포지션 | 북미 초고압 변압기·송전 | 국내 송전·HVDC 변압기 | 변압기+배전+ESS 통합 전력 솔루션 |
| 강점 | 미국 현지 공장·레퍼런스 풍부 | HVDC 전용 공장·국내 레퍼 | 스마트그리드·데이터센터까지 확장성 |
| 체크 포인트 | 미국 증설 CAPA·마진 유지 여부 | HVDC 수요 현실화 속도 | 데이터센터/ESS 매출 비중 확대 속도 |
| 공통 리스크 | 원자재 가격(구리·철강) 변동, 프로젝트 지연, 각국 인허가·정책 변화, 단기 수주 피크 이후 사이클 조정 가능성 | ||
정리하자면, 변압기 3사는 이미 “지금 당장 좋아 보이는 업황”을 넘어, AI 슈퍼사이클 전체 기간 동안 계속 이름이 나올 수 있는 인프라 플레이어에 가깝습니다. 다만 주가가 빠르게 오른 구간이 있기 때문에, 무작정 쫓아가기보다는 ① 수주잔고의 질(마진·지역), ② CAPA 증설 속도, ③ 전력/AI/재생에너지 정책 방향을 같이 보면서 분할 접근을 고민해보는 편이 현실적일 수 있어요.
다음 편 예고:
3편 – 전력 공급/SMR·재생에너지·ESS, 데이터센터 전력의 미래
AI 인프라 전체 그림을 이어서 보고 싶다면 3편도 같이 봐주세요.
.png)